“나는 공간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곳에 놓여진 사물들로 인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그리고 이러한 공간과 사물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담아내고 싶다” - 칸디다 회퍼, 2000
작가의 작품은 대부분 서점, 카페테리아, 미술관, 사무실, 동물원, 도서관 등 다양한 공공 장소의 내부가 되어왔다. 공적 공간의 건축학적 관심을 주요 화두로 구상적 평면성을 기반으로 한 작가의 시각적 명료성은 작품의 캡션에도 똑같이 적용되어 작품 속 공간이나 건물, 위치, 그리고 촬영 날짜만이 간결하게 명시되어 있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완결된 이미지적 소통과 화면 너머의 작가의 함축된 태도를 읽어볼 수 있다. 작가가 사진을 대하는 태도는 여타 기술적인 요소에 비하여 평면, 그 자체로서 시각적 탐구에 기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의도적으로 피사체가 된 공간 내부의 오브제와 환경은 그들이 자리한 장소와 진열 방식이 갖는 물질적 한계를 넘어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모와 축적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12점의 노이에미술관 시리즈는 2009년에 재개관한 독일 베를린의 유서깊은 장소로서, 회퍼가 촬영한 총 여덟 곳의 전시장 내부를 보여준다. 작가가 밝힌 바와 같이 미술관이라는 공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천천히 변화하거나 소멸되는 사회적 습관들을 대표하는 장소이며 작품이 전시된 방식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이다. 이는 전쟁이 남긴 상처와 이후 더해진 보수 및 복원의 흔적이 건물 고유의 건축 양식, 호화로웠던 장식의 역사, 고대 이집트, 선사 및 중세 이전의 유물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전시 작품들 중 대표적인 Neues Museum Berlin XII, Neues Museum Berlin VII, Neues Museum Berlin IX 는 미술관 북서쪽에 위치한 8각형의 돔으로 이루어진 홀(North Dome Hall)을 촬영한 것으로서, 기원전 1340년대 고대 이집트의 네페르티티 여왕 두상이 홀 중앙에 위치하여 있고, 반구형태의 문 벽감에 헤라클레스와 안드로메다 같은 그리스 신화의 영웅의 모습과 돔의 상층부에는 신과 성스러운 동물들이 어우러진 창세기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이외에도 Neues Museum Berlin VI와 Neues Museum Berlin XIII는 South Dome Hall과 프레스코 천장화가 그려진 예배당 형태의 Medieval Hall에서 촬영되었고, 각기 적색과 황금색 벽돌을 사용한 곳으로서 공간의 돔 장식과 고대 로마시대에 유래를 둔 벨라리움(Velarium, 천막 지붕)이 있던 장소로 유래된다. 이렇듯 작가는 건물의 미학적 측면보다는 자체적 기능에 기반한 유형학적인 면을 통해 함축된 내부 공간의 과거와 현재가 혼재된 장면을 렌즈에 담아내고 있다. 나아가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인간의 부재’와 ‘공간의 연출’을 평면적으로 해석한 이번 전시작품들은 작가가 현대 문화에 담긴 다양한 표상들에 접근하는 방식을 목도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