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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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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이 보낸 벼슬아치, 
민초의 형상으로 오다

- 황진 사진전 <해님이 보낸 벼슬아치, 해치>  11월 22일부터 류가헌

‘기린처럼 생긴 머리에 외뿔이 돋쳐있고 발톱은 둘로 갈라졌으며 온 몸에 푸른 비늘이 돋아 있고 힘이 세다. 성질이 올곧아 사람이 우는 것을 보면 반드시 사악한 자에게 대들고, 싸우는 것을 들으면 바르지 못한 쪽에 달려들어 물어뜯었다’

해태에 대한 이야기다. 이처럼 시비선악을 판단하여 아는 동물이니, ‘해님(하늘님)이 보낸 벼슬아치’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본디 이름이 ‘해치’다. 화재나 재앙을 물리치는 신수(神獸)로서 궁궐 등에 장식되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광화문 양 옆에 데뚝하게 서있는 두 마리 석상이 대표적인 해치 이미지로 떠오르지만, 옛 사람들이 만든 수많은 돌장승과 미륵들이 그렇듯 해치도 그 만들어진 시대 상황과 만든 이의 해석, 솜씨에 따라 저마다 다른 모양새다. 

어딘지 삐뚜름하고, 작고 모자란듯하나 위엄을 잃지 않은 해치들. 사진가 황진이 매료된 해치들은, 바로 ‘민초’를 닮은 해치 석상들이다. 10여 년 전부터 수집해 모으기 시작한 해치들이 일천 여 점으로, 자신의 일상 가까이 두고 사진에 담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황진은 주로 자신의 삶 가까이에서 소재를 찾아 작업하기를 즐기는 사진가로도 유명한데, 2005년 <진돗개>, 2011년 <북촌> 등의 전시가 그러했고, 집 마당의 해치 조각상들을 피사체로 한 2007년 <해태가 사는 집>이 또한 그렇다.  

조각가로서 활동했던 이력 때문인지, 황진의 사진은 조각이 지니고 있는 정제된 미학이 담겨있다는 평을 듣는다. 그 중에서도 ‘해치’는 사진가 황진의 전매특허라고 할 만큼 소재 적으로 독보적이며, 조형적 형상 너머 내면의 이미지까지를 포착해내는 황진 특유의 감각과 감성을 엿볼 수 있는 대표작이다. 새로운 ‘해치’ 연작을, 오는 11월 22일부터 종로구 통의동에 자리한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선보인다. 

전시문의 : 02-7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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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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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사는 데 필요한 것은 불, 물이다. 
이 두 가지랑  연관이 있는 동물이 해태다.
조각이 전공인 나는 어느 날 인사동에서 본 해태의 예술성에 감동해, 
그때부터 수집을 하게 되었다.
어떤 기운은 본래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해태는 만든 이의 기운에 따라 다른 형상이 된다. 
어떤 것은 해태라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형상이 분방한데, 
이럴 때 해태라 믿는 기준이 방울이다. 
모든 해태는 목에 방울을 매달고 있다. 
소리로 인간과 자연과 소통하는 것이다.
나는 일상에서 매일 반복적으로 해태를 본다. 
비온 뒤 이른 아침은 해태가 깨어나는 시간이다. 작업은 대개, 그때 이루어진다. 
해태의 표정에서 소리와 울림을 듣는다. 행복한 순간이다. 
해태가 인간의 삶을 지켜준다는 것은 ‘믿음’이다. 
매일 바라보고 가까이하는 동안, 그러한 종교성은 강화된다.
나는 사진으로 해태의 몸짓과 얼굴의 표정을 찍어 작품화하려 노력한다. 
이런 기회를 주는 어떤 기운에 감사한다.

- 2011. 10월에 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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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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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과 사진이 만들어낸 해태(獬豸)의 초상(肖像)

- 김동현(전시기획·비평) 

황진의 사진 속에 등장하는 해태(獬豸)들은 우리가 ‘해태’하면 흔히 떠올리는 거대하거나 웅장한, 그런 기념비적인 모습들이 아니다. 그보다는 크기도 작고, 얼굴 표현과 형태도 다양한, 친근감과 낯섦이 동시에 느껴지는, 황진 작가가 수집해온 해태들이다. 그가 십 년 간 모아온 1천(千)여 점의 해태들은 그의 집 마당 곳곳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애정으로 그리고 수집에 대한 일종의 기록으로 찍어온 해태 사진들 역시 수천 장에 이른다.

햇빛이 강해지기 전, 새벽이나 혹은 이른 아침, 작가는 이들 해태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카메라를 향한다. 그리고 이렇게 그의 해태들은 기록된다. 때로는 얼굴만 때로는 전신으로, 때로는 주변의 나무와 풀 속에서 홀연히 홀로, 때로는 마당에 뛰어 노니는 진돗개들과 함께, 해와 바람과 습도 등 주어지는 날씨와 찍혀지는 각도에 따라 변화하면서. 오래 전, 안녕(安寧)과 벽사(辟邪)를 위해 제작되어 위용(威容)을 과시했건만, 자연의 풍파와 인간 세상의 시간은 그 불거져 나왔던 큰 눈을 둥글게, 그 날카로웠던 이빨을 무디게 만들어, 험악했던 인상은 간데없이 얼굴 가득한 부드럽고 장난스러운 미소만이 남았다. 

시비곡직(是非曲直)을 가리며 인간을 돕는다고 믿어졌던 신수(神獸), 해태. 오늘날 우리의 환경은 빌딩과 아파트 숲으로 변했고, 신과 영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은 어느덧 과학과 이성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사(人間事)는 변함없이 혼란스럽기에, 사람들은 아직도 그 오랜 믿음 즉 해태가 지켜 주리라는 바람은 버리지 못한 듯하다. 그리고 그러한 믿음이 남아있는 한 해태는 계속 인간 곁에 함께 할 것이다. 도심이나 자연 속에서, 나뭇잎이나 풀잎 사이로, 떨어지는 빗속에서, 혹은 아침 이슬을 머금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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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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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 Hwang  Jin 

1963년에 태어나 강릉대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Art students League of NY에서 공부했다. 조각가로서 수차례 개인전을 열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하던 중, 보다 적극적이고 새로운 소통의 매개로서 사진에 매료되었다. 사진전문학원 KAPA에서 사진을 공부한 후,  2005년 첫 전시 <진돗개>를 시작으로 <해태가 사는 집>, <북촌>에 이르기까지 사진전을 이어왔다. 인사동 쌈지길에서 개인 작업실이자 세상과의 접점 역할을 한 <황진사진관>을 운영하였고, 현재는 낙원동 작업실과 부암동 집을 오가며 작업 중이다. 진돗개와 오래된 석상을 좋아한다.

개인전
2003 <나의 사진은 점점 재밌어진다> 작은숲, 서울
2005 <진돗개> 해피칼라, 서울
2006 <산, 오름, 보름찾기> 목인갤러리, 서울
2007 <해태가 사는 집> 갤러리담, 서울
2008 <해피투게더> 갤러리라메르, 서울
2010 <Little Jin> 공간 Salon de flore, 서울
2011 <북촌> 갤러리담,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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